너무 빈곤해졌다.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고, 교회 성장기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 그게 당연한걸로 생각하고, 또 천년만년 이럴거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지나치게 욕망했다. 그 결과 교회는 이제 성장주의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말았다. 성장이 없으면 실패라는 도식에 갇힌 것이다.
여전히 성장이라는 신기루를 바라보고 있다. 성장이 나쁜가. 비만이 아닌 이상 건강하다면 성장한다. 내적이든 외적이든. 허나 한국교회는 오로지 수적성장, 그리고, 오로지 외적성장 그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들어왔다.
이렇게 빈곤하지 않았다. 몇십년전만 해도 한국교회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이며, 지역문화의 중심이었다. 동네 모든 관계망 속에 교회가 있었다. 각 세대별로 또래의 동질감으로 교제하는 장이었다. 어머니들은 성경공부, 기도모임을 통해 개인사, 가정사를 나눌 수 있었고, 여성중창단 등의 활동을 통해 어느정도의 성취감과 연대의식도 가질 수 있었다. 중년남성들은 교회의 시설 관련들을 돌보셨고, 함께 축구등의 운동을 하며 회포(?)를 풀 수 있었다.
예배당은 청소년들의 공부방, 놀이터, 공식적인 모임장소였고, 언제나 그곳에 선배, 후배, 친구들이 있었다. 어린이들은 교회 주변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여름성경학교는 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풍요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선생님, 친구, 맛있는 간식, 레크레이션, 말씀과 기도시간까지...정겹고 애틋했다.
성장이 이 모든걸 잡아먹었다면 지나칠까. 물론 성장을 바랐다. 더 많은 이들이 좋은 문화와 좋은 교제권 속에 들어오길 기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맹목적이지 않은가. 성장이 과정이 아니라, 성장이 목적 아닌가. 무엇을 위한 성장이냐면 공허한, 하나님나라의 확장이라는 답변밖엔 없지 않은가.
너무 어수선하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적이 있었던가.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근데, 교회는 더 말이 아니다. 사회에서의 순기능은 커녕 자기집 단속도 도무지 안 된다. 이래선 안 된다. 뭐라도 하나씩 풀어가야한다. 과연 교회가 무엇인지. 그 사회적 함의는 뭔지. 교회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 주변에 즐비한 참혹한 사회문제를 어찌 풀어갈 수 있는지, 고민, 또 고민해야할 때다.
교회라는 곳이 가슴아픈 사람 마음도 풀어주고, 억울한 사람 문제도 해결해주고,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끌어안고 함께 고민도 하고, 또 이런 세상을 바라보며 같이 화도 내고, 하늘을 향해 부르짖으며 울기도 하고...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다.
황정현목사(제자도연구소)
hwang@gooddiscipl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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