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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교회의 성장이 사회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가?

by 황정현 2013. 11. 5.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저자
강영안, 구교형, 권연경, 김근주, 김세윤 지음
출판사
새물결플러스 | 2013-04-29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요즘 한국 개신교를 떠들썩하게 하는 교회 세습과 종교인 세금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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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학적 사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왜곡된 구원파적 '복음'을 믿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윤리를 등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왜곡된 '복음'이 한국교회의 신학적 빈곤이 가져온 가장 심각한 현상이라면, 그것이 초래한 윤리 부재는 한국교회의 신학적 빈곤의 가장 돋보이는 현상일 것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사실상 구원파적 '복음'을 믿기에, 구원을 얻는 '믿음'을 회심 때 한 신앙고백으로만 이해하고, '믿음 생활'을 교회 생활에의 참여, 기도하기, 전도하기 등에 국한하고, 날마다의 실존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순종하는 삶 일체와 연결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치 판단과 윤리적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의 안녕과 행복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라. 그러기 위해서 이웃에게 불의한 행동도 하고 그들을 착취하라"라는 사탄의 사주를 물리치고, "하나님의 아빠 노릇해주심에 의지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좇아 사는 것이, 우리를 하나님과의 그 올바른 관계(구원의 관계)에 서 있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정직하고, 사랑을 베풀며, 공의를 추구하고, 화평을 도모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우리를 의인 되게 하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시킨 믿음의 천명으로서 삶의 모든 영역들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믿음 생활'을 추구하는 일을 등한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이렇게 왕성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열정이 타 민족들에게서는 찾아보기 드물게 뜨거우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수가 많지만, 이 분야들에서 기독교적 윤리 또는 문화가 돋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 30년 이상 지속된 독재 기간 동안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민주화 투쟁의 기간 동안 절대 다수의 보수 교단들의 지도자들은 오히려 압제자들의 사제 노릇하며 민주화 투쟁을 억압하기에 바빴다. 오늘날 교계의 '지도자들'의 행태는 더 악화된 것 같다. 기독교를 과시적으로 표방하는 정치인들, 관료들, 기업가들이 더 늘었으나 그들로 인하여 자유와 정의와 평화가 확대되고 사회가 맑아지고 따뜻해지기는커녕, 도리어 민주화가 심각히 후퇴하고, 부정부패가 더 악화되었으며, 불평등 구조가 고착되었고, 갈등이 증폭되어 기독교가 세상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은혜로만/ 믿음으로만 칭의됨'의 복음 자체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을 요구한다는 것, 다시 말하면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은 곧 그를 의지

 

하고 순종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 그러기에 윤리적 선택의 순간마다 성령의 깨우쳐주시고 힘주심을 따라 우상(특히 맘몬) 대신 하나님을 사랑(의지와 순종)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길을 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의를 이루고 화평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의의 열매"(빌 1:11; 참조. 마 7:15-20). 곧 "성령의 열매"(갈 5:22-23)를 맺어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거나 등한시하는 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서들에 나타나는 바리새인들같이 경건주의적 소극주의에 빠져서 자신의 몸 하나 정결하게 유지하는 일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리하여 그들은 신학적 사고 대신 문자주의와 율법주의적 사고에 빠져 성경의 몇 구절들에 집착하면서, 기독교 윤리를 겨우 몇 가지 "하라"와 "하지 말라"의 계명들을 준수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주일 성수, 헌금하기, 전도하기, 술 담배 안하기, 간음 안 하기, 제사 안 지내기, 불상이나 장승에 절 안하기 등만 실천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이라 자처하면서도 그렇게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아무리 많다 한들 우리 사회에 자유, 정의, 화평, 건강 등 하나님 나라의 구원의 현재적 실재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김세윤,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새물결플러스,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