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나 목회자들이 구약의 기자들과 같은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가? 하나님이 역사에 구체적으로 간섭하심을 진실되게 믿고 그것을 정직하게 가르치고 있는가? 또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매일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적 행위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언젠가는 선악 간에 심판하신다고 명시적으로 가르치고 있는가? 구약에서와 같이, 하나님께 대한 신앙이 어그러질 때에, 그 민족과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부패 속에 빠졌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신앙지도자로서 그 같은 책임을 역사 앞에 통감하고 있는가?
나는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역사와 심판 앞에 제대로 책임을 통감하고 또 그것을 제대로 가르치면서 기독교인들과 함께 실천적인 삶을 살아갔다면, 오늘날 한국사회가 이렇게 부패하고 절망적으로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절망적'이라 함은 하나님의 공의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역사의식이 없으면 역사 앞에 책임을 지려는 의식이 있게 되지 않는다. 역사를 무시하고 역사의 심판자이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의식이 없는 목회자는 사후의 세계를 '직업상' 설교로는 외치지만, 그의 신앙 싶은 곳에서는 천당과 지옥의 존재를 부인하고 죽은 후의 심판을 부정하는 '불신자'들이다. 그들은 이 세상만 생각하면서 온갖 부정과 범죄를 저지르는 소위 세속적 지도자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삶은 오늘의 지도자로서 역사를 창조해가는 삶이며, 그 삶은 오늘의 목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역사 앞에서도 공평무사한 평가를 받아야 할 삶인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는 마땅히 역사 앞에 겸손하고 역사의식을 목회적 삶 속에 투영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만열, 「잊히지 않는 것과 잊을 수 없는 것」, 포이에마, 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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