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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한국교회읽기

신앙인의 정신건강

by 황정현 2023. 8. 22.

종교의 역할 중 하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본다. 이 부분만 수행 돼도 사회는 많은 유익을 얻을 것이다. 기독교라는 종교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지난 시간 교회가 이것에 제 역할을 해왔는가 하는게 주된 관심 중 하나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고민한 바 현재까지의 생각은 상당부분 부정적인 결론이다.

교회가 흥왕하던 시절, 동시에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성장하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은 줄 알았다. 신앙이 동기부여가 되고, 때로는 위로가 되어 개인의 내면과 삶에 좋은 역할을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 불씨가 사그라드는 시대. 교회도 경제성장도 이전 같지 않은 시대를 만나니 생각할거리가 많아진다.

신앙이라는게 환경에 종속되지 않는 보편성을 줄 수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고 역으로 환경이 좋을 땐 고조되고, 그렇지 않을 땐 약화된다면 과연 그게 유의미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과거 풍요롭던게 쪼그라드는 시대, 그런 환경을 버티고 그 가운데 의미를 찾고 초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게 신앙이고, 종교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거다.

지금 신앙인들의 내면이 건강하지 않다면 그건 앞선 신앙의 내용 때문이고, 그건 믿는 바 성경에서 비롯됐다 볼 수 있겠다. 그럼, 그 성경은 과연 그런 것인가 한다면 그렇지 않다. 맨 눈으로 보는 성경은 적어도 환경과 시대를 따라 잘 될 땐 즐겁고, 안 될 땐 우울하라 하지 않는다.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히려 그 역의 내러티브와 훈화를 담고 있다.

그러면 어째서 그것에서 비롯된 정신건강이 안 좋은가. 왜곡 때문이다. 성경의 가르침은 풍요롭고, 또 풍요를 바라던 시절 그 욕망을 충분히 뒷받침 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성경 전체(Tota Scripura)를 말하고 가르칠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맨 눈으로 보아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부분 부분만 발췌해 인용하고 가르쳐 필요에 따라 사용하니 핵심적이고 주요한 내용(meta narrative)이 깨져버리게 된다. 이제는 그 조각낸 것이 곧 신앙의 내용이 되니 결국 왜곡된 내용을 성경으로, 그리고 신앙의 내용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경이 보여주는 복잡성(complexity)은 매우 단순해진다. 가령 한 때 유행하던 '여러분, 부자되세요'라는 구호로 신앙 내용 전체를 대체한다던가, 얼마전 회자되던 '왕의 DNA' 사태처럼, 나는 타인과 달리 특별하고 소중하다던가, 그렇기 때문에 필연 성공할 수 밖에 없고, 또 나와 운명으로 얽혀있는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께서도 그래야 체면치레를 하실 수 있을거라는 이상한 문법도 생겨난다. '내가 망하면 내가 손핸가, 하나님이 손해지'. 이런 괴상한 진술도 서슴없이 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



아주 단순한 사례로 다윗을 보면, 과연 그 삶이 성공과 풍요와 행복으로 점철된 삶이었느냐하면 그렇지 않다라는거다. 이야기를 읽어보기만해도 다윗은 매우 고단한 삶을 살았고, 생애 대부분을 전쟁터와 광야에서 늘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지냈다. 그의 마지막은 화려하지 않았고, 늙고 식은 몸으로 침대 위에서 평범하게 마감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 다윗을 욕망대로 소비했다. 성공의 모델이고, 하나님과 함께해 형통한 신앙의 모범으로 그와 그의 삶을 박제했다.

문제는 다윗을 오해한게 아니다. 다윗이 억울할건 없다. 오히려 그렇게 소비한 한국교회가 해를 입는다. 신앙을 성공과 세속적 욕망에 꿰어 맞춰 놓으니 그렇지 않은 시대, 그렇지 않은 삶은 신앙이 아닌게 돼버리는거다. 교회당에 사람이 가득차는게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라고 가르쳐 놓으니 사람이 없는 지금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지도,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지도 못하는 실패자가 되는거다. 결국 단순화한 신앙은 신앙의 풍요로운 내용을 버려두고, 오직 의도된 하나의 초점에 갇혀 더이상 운신할 수 없는 실패 뿐인 현재만 남는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하는 시편 23편은 풍요와 안락함을 노래하는게 아니다. 그렇게 수용하면 안 그러한 내 삶은 초라해진다. 다윗의 노래는 자신의 나라와 가문 안팎에서 벌어지는 기가막히고 어수선한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평온한 내면과 그 신앙에 대한 진술이다. 다윗을 모범 삼는다면, 그렇다면, 오히려 거꾸로 적용하는게 맞다. 그동안 읽던 것과 반대로. '하나님과 동행하고, 형통하다는 삶도 피곤한거구나. 이 신앙이 말하는 바 본래 삶이라는건 역경과 고단함에 놓여있구나.'

왜 신앙에 몰두했던 이들의 정신건강이 더 좋지 않은지 참으로 안타깝고, 이제 바른 신앙의 내용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이 신앙이 제시하는 건강한 삶을 살기를 바랄 따름이다.

황정현목사(제자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