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친분있는 세명의 목회자를 그분들 현장에서 뵈었다. 모두 제도권교회의 경계선에 있는 목사들이다.
이젠 '개척교회 목사'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졌다. 목회가 다원화 되었다. 이건 주도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는데 어쨌든 한국교회 구조는 생각이상으로 큰 변화가 진행중이다.
한 명은 몇년전 연구소 공간에서 주일에만 사용하여 예배를 드리게되어 친분을 갖게 됐는데, 당시에도 목회적 고민과 교회공간, 그리고 변화하는 흐름에 대한 대처, 그리고 생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페북으로 소식만 듣다 이번에 찾아가보니 북카페를 마련해 아내가 그곳을 운영하며 교회공간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돼 가는 것 같았고, 본인은 조금씩 일손을 돕던 목수일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고 있었다.
공간이 참 좋았다. 직접 디자인과 작업에 참여해 꾸려놓은 공간감이 좋았다. 경계를 살아가는 삶에 공감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교회라는 영역 바깥 세상을 경험하며 느껴가는 새로움에 대한 대화가 반가웠다.
또 한 명은 기존개념으로 평범한 개척교회를 시작하고, 몇년을 보내며 찾아오는 현타(?) 그리고 향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여느 상가건물에 여느 개척교회 같은 예배당이었다. 다만 이제 현실적인 문제와 나름의 의미있는 모색으로 친환경 제품을 예배당 한 켠에 마련해 판매를 시작하고 있었다. 대략적인 방향성과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서 모르는 분야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생겼다.
평범한 기존 개척교회에서 시작하여 점차 구조가 바뀌어가는 현실에 대한 고민들을 나눴다. 여러 얘기를 나눴지만, 강조했던 얘기는 일단 무조건 목사님 가정 생계에 대한 고민을 우선하라는 당부였다. 먹고사는게 돼야 목회도 있고 전도, 선교도 있는게 아니겠냐 어떤 방법이 되었건 일단 거기에 집중하시라고 개척교회목사가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목회의 일환이 아니겠냐고 다른 모든건 일단 그 다음 문제라고 거듭 말씀드렸다.
생각보다 오래 머물러 얘기나누고 나오며 요즘 모발이 얇아지는 것 같은데, 마침 검은콩 성분의 고체샴푸가 있길래 깔끔하게 현찰로 결제하고 나왔다. 그정도 개념은 있다. 샴푸는 좋더라. 추천.
그리고 또 한 명은 마침 목사님이 운영하는 학원 위치가 평소 테니스 연습하는 장소 인근이라 운동다녀오는길에 불시 방문했다. 벌써 꽤 오랜 친분이라 그간의 스토리도 알고하니 부담없이 만났다. 몇년전 생각지 않게 시작한 독서논술 클래스가 이제 여러명의 직원과 가맹점까지 여러개 생길 정도로 자리잡아 어느덧 본원을 이전할 정도가 됐다. 가보니 이런...후덜덜. 여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꾸며놓았더라. 카페, 식당이라해도 사람이 몰리겠다 싶은 인스타갬성의 학원이라니. 규모도 그렇고...이렇게 잘 되는데 왜 만날 앓는소리냐고 한 마디 했다.
선교사로 있다가 복귀해서 이 자리까지...얼마나 고민이 많고 일이 많았겠나. 경계에서 고민하던 이전보다 좀 더 생각이 정리된듯 했고 확신있어 보였다. 이게 선교라고 잘 해오셨고, 잘 하실거라고. 한 마디 건네고 왔다. 개업이전 축하로 보낸 화분이 입구 정면에 잘 놓여있어서 뿌듯.
고민 많은 시대다. 목사들도 고민이 많다. 많이 고민하고 많이 시도하고, 그래서 한국교회가 많이 달라지길 바란다. 물론 변하고 있고, 변할 수 밖에 없고. 이미 목회다원화가 보편화 돼가는 추세다. 이전엔 카페교회 정도가 새로웠다면 지금은 알지 못하는 어떤 다양한 모습, 형태로 목회자의 일상과 목회구조가 확장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고민중인 목사라면 다른 목회를 상상하고, 다른 내일을 꿈꿨으면 한다. 기존 잣대로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지 않기를. 이미 새로운 시대는 앞선 구조를 해체하고 있기에.
황정현목사(제자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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