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미있는 책이구요. 우리 얘기이고, 내 얘기입니다. 여러 세대가 모여 각자 자신의 정황에서 얘기나눈다면 풍성한 소통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그 모임 자체가 '트라우마'의 극복 아닐까요?
김태형은 한국의 기성세대를 이렇게 분류합니다.
50년대생 좌절세대, 60년대생 민주화세대, 70년대생 세계화세대, 80년대생 공포세대. 얼핏 이해가 가시죠?
해방과 전쟁 직후 먹고사는 생존 자체가 힘겨웠던 시절을 지난 50년대생, 게다가 가장으로서 IMF를 겪었던 힘겨운 세대 <좌절세대>, 대학시절 민주화 이슈를 따라 민족과 공동체를 고민하고 저항했던 <민주화세대>, 냉전이 종식되고 문민정부...세계자유화 그리고, 풍요로운 90년대 문화를 맛봤던 <세계화세대>, 좌절세대의 부모로부터 생존이 최고의 가치임을 요구받아온 단군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춰온,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삶은 '미생'에 머물러 있는 <공포세대>.
한국사회를 세대별로 상당히 역학적으로 풀어낸 수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뒷부분 2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를 세가지-우월감트라우마, 분단트라우마, 변방트라우마-로 정리하여 들려줍니다.
저자는 심리상담의 기법을 사회구조적으로 엮어서 풀어갑니다. 통상 심리상담이 개인 또는 역기능 가정을 돌보는 선에서 얘기되는 듯 한데, 이 책에서는 '구조에서 발생된 문제니 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합니다. 인상적이었어요.
신앙인 위주의 모임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일단 스스로도 우리사회의 세대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니 공감이 가능하겠구요. 보다 넓게는 신앙공동체가 고립돼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웃과 사회를 이해하고 소통의 근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태형, 「트라우마 한국사회」, 서해문집(2013).
황정현목사(제자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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