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 시절 여러 교육부서를 경험했습니다. 여러 교회, 여러 부서를 경험하며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교사들의 헌신이 가히 희생적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그 헌신에 비해 교사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말이면 교회학교는 한바탕 전쟁(?)을 치릅니다.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에는 쉬겠다는 교사와 내년까지 한해만 더 하자는 담당교역자간의 실랑이가 해마다 반복됩니다. 어느 교회나 교사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못이기는 척 그렇게 일년, 이년 보내고, 어느새 몇년째 교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교사들의 헌신에 참으로 숙연함이 맘이 듭니다. 한주 내내 회사일로, 가사로 숨가쁘게 지내오다 일요일 오전마저 맘 편히 쉬지못하고 예배당을 향하는 모습.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일년에 한 번 뿐인 휴가를 성경학교와 수련회에 맞춰 섬기는 모습.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불러모아, 자비를 써가며 먹이고, 놀리고, 챙기시는 모습.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버텨온 원동력이 거기에 있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라는 자리는 다만 희생적 헌신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섬김이 아닙니다. 교사는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역할입니다. 지식만이 가르침은 아니겠으나, 지식 없이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기독교신앙은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하나님의 계시를 배우고, 전달합니다. 때문에 읽고, 사고하고, 익히는 과정이 필히 수반됩니다. 무엇보다 교회학교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참으로 열악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반강제(?)적 권면으로 교사를 세우다보니 무언가 더 요구하기가 머쓱해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돌봐야 합니다. 통상 학생이 돌봄과 양육의 대상이라는데에는 동의하지만, 교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흔히 교사는 담당교역자의 동역자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예배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아이들에게 주중에 전화심방하기, 토요일엔 결석자 만나고 관리하기, 별도의 교사기도회 참석하기, 공과 미리 준비하기, 필독서 읽고 서평쓰기 등등...여러 과제가 부과됩니다. 물론 이중에 학생을 돌보는데 불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의무일 수 있습니다. 허나, 그 의무를 당연시하기엔 우리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는게 문제입니다.
직접 경험한 바 대부분의 교사는 이미 고갈되어 있습니다. 벌써 의미없이 맹목적으로 교역자의 강요에 못 이겨 수년을 버티고 있거나, 또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렇게라도 힘을 보태야지하는 믿음의 표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실 무엇을 요구하고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깝게도 교회의 내부사정이, 예배나 기타 모임을 통해 원활하게 신앙지도를 받기 어려운 경우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내면적 파산상태가 교육부서에 그대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영혼이 공허한데 어찌 아이들의 내면과 삶을 돌볼 수 있을까요.
교사도 돌봄과 양육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생기를 얻지만, 교사들은 혹사되고, 소모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모두가 풍요로움을 경험하는 곳이 교육부서였으면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교사가 없이 담당교역자 혼자 어찌 부서를 운영하겠습니까. 게다가 1-2년이 멀다하고 담당자가 이동하는 교회학교 현실에서 교사가 바로 서지 않고 온전한 교육을 기대하기는 요원합니다.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우선 교사의 삶도 챙겨야 합니다. 돌봄의 대상으로 여겨 그들의 삶을 파악하고 보듬어야 합니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도 심방해야 합니다. 회사 앞으로, 집 근처로 찾아가 만나고 얘기 나눠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교회 풍토에서 오랜시간 교사를 한 분들은 맺힌게(?) 많습니다. 여러 상처를 보듬고 여전히 신앙의 표현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얘기에 공감하고 그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합니다. 회사에는 별 일이 없는지, 가정에는 별 일이 없는지, 요즘 걱정과 기도제목은 어떤게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둘째는 신앙지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학생들의 교과를 지도하는데 필요한 교재 연구나 역량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교육부서 담당자에게 지나친 요구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사실 교사의 신앙을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교구를 돌보는 부목사나 더 많은 이들을 챙겨야 하는 담임목사에게 교사교육까지 바랄 수 없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공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개교회 나름의 상황에 맞는 묘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교육부서 예배를 마친 후 교사모임시간을 통해 짧게 학습을 하거나, 이메일등의 통신을 통한 교육, 페이스북등의 온라인을 활용하는 방법, 매월 한권의 책을 읽고 나누는 독서모임, 외부 교사교육세미나를 활용하기. 형편에 맞게 여러가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돌봄과 가르침은 기독교 신앙의 기본입니다. 교육의 현장에서 먼저 교사에게 그러한 기본기가 전달된다면, 반드시 학생에게까지 교사의 내면적 풍요로움이 흐를겁니다. 교회학교 위기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 때에도 여전히 결론은 동일합니다. 프로그램과 각종 시대적 묘수들에 기댈게 아니요, 오직 정면승부입니다. 예수께서 가르치시고, 고치시고, 전파하셨던 그 모습 그대로.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황정현목사(제자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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