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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제자도 칼럼

한국교회, 그 빈곤한 현실

by 황정현 2015. 7. 14.


한국교회의 빈곤한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

현장에서 직장인들을 만나보면, 각자 자신이 속한 교회가 있음에도 대부분 바른 가르침과 목양적 돌봄에 갈증을 지니고 있음을 본다. 일부의 얘기도, 피상적 신앙인에 대한 것도 아니다. 교회에 깊숙히 관여할수록 갈증이 더하는 이 현실을 어찌해야 할까.

한국교회 문제의 심각성은 일부 목회자의 성적, 물질적 일탈 때문이 아니다. 보다 더 깊고, 보편적인, 하지만 매우 심각한, 교회 자체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입증하지 못하는데에 문제가 있다. 한국교회는 그 모습이 성경이 말하는 바로 그것인가부터 살펴야한다.

얼마전 신천지 보도로 교계가 떠들썩했다. 신천지의 해로움이야 이견이 있겠는가. 허나 문제는 한국교회다. 2007년, Again 1907을 외치며 '부흥'을 열망했으나 정작 한국교회를 뒤덮은 것은 신천지의 충격이었다. 내로라하는 대형교회와 소위 유명교회가 타격을 입고 흔들렸다. 덩치 꽤나 큰 어느 교회의 청년부는 아예 해체됐다는 얘기도 들었다. 문제는 신천지가 아니다. 그것에 대응할 수 없는 한국교회가 문제다.

최근 몇십년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교회 목양의 현장을 보라.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계시라 여기는 성경에 천착했던 것이 언제인가? 차라리 수십년전 계단공과를 가르치고, 성경 한 구절이라도 암송하던 시절이 그나마 가깝지 않았는가. 교회성장이론을 신봉한 나머지 '성장'으로 담아낼 수 없는 성경적 진리를 거세하며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각 교회마다 밴드를 조직하게 했던 음악회 식의 예배, 연극 마술 등의 각종 쇼를 보여주는 어린이를 위한 예배, 연예인등의 유명인사를 불러들여 사람을 불러모았던 전도행사. 과연 이것들이 성경이 증언하는 기독교 신앙과 얼마나 맞닿아 있던가.

처참하다. 그 빈곤함에 너무도 황망할 지경이다. 수십년 교회를 열심으로 다녀도 자신의 믿음 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그 암기한 내용을 조금 비틀어 질문이라도 하면 뒤엉키기 일쑤다. 신앙을 말로 하는 것은 아니다만, 이건 단지 말로 표현 못하는 지경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모르고 믿는 것이다. 어느 누구랄 것 없이, 이것이 한국교회 우리 모두의 처절한 실상이다. 그리 놀랄 것도 없다. 가르친 적이 없으니 아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나. 불편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수십년을 매주 빠짐없이 한 사람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그것도 대충이 아닌 열심으로 참여했다면 그 결과는 누구의 탓이겠는가. 솔직하게 돌아보자. 과연 한국교회의 가르침 가운데 직접적인 성경적 진리가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강단에서 행해지는 설교문 가운데 복음과 구원에 관한 심도있는 성경적 가르침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시대 한국교회 목사들의 성경적 진리에 대한 이해도는 얼마나 되는가. 교회 경영과 자기 생존을 위한 전략과 프로그램에 몰두해 정작 성경을 도외시 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여전히 개혁, 갱신, 본질, 시대적, 성경적...나름의 의지적 표현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허나 한국교회에 이런 용어가 들리지 않은 적은 없다. 어쩌면 의미없이 공허한 이런 외침들에 현기증이 느껴진다. 어디로 가야할까? 쿼바디스. 예수께로 가면 된다. 우리가 만든 예수의 초상이 아닌, 복음서가 증언하는 '그 예수'께로 말이다. 예수께선 어디로 가셨는가? 고통받는 백성의 삶의 자리로 가셨다. 그들과 함께, 그들을 위해, 그곳에 머무셨다. 지금의 한국교회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라는 요구는 과한 듯 하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하는 자기 울타리에 속한 양떼를 돌보는 일에는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가 그것을 했더라면 한국교회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며,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으리라. 사람을 돌봐야 한다. 누구라도 돌아봐야 한다. 겉으로는 멀쩡해도 그 속은 지옥이다. 만나고, 들어주고, 위로해야 한다. 그리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가르침으로서의 돌봄, 돌봄으로서의 가르침. 그 균형잡힌 목양이 목마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빈곤하다.

황정현목사(제자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