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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제자도 칼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by 황정현 2018. 11. 13.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여전히 젊은 사역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인다. 내가, 당신이 또는 그 교회가 찾는 일꾼이라며 정성껏 이력서도 쓰고. 단정하게 면접도 보고, 때론 심기일전 면접설교도 준비한다.

그런데, 남은 치즈가 얼마 없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현실은 이제 한국에서 기독교 관련 종교업은 사양산업이다. 치즈 덩어리가 크던 시절이 있었다. 뭘해도 되던 시절이...있었다. 수십명이 수백명, 그리고 수천, 수만으로 개교회 신도수가 늘기도 했었고. 소위 개척신화도 즐비하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은 치즈가 얼마 없다. 내부 종사자들이 몇년이나 먹을 수 있을런지 모른다.

단순하게 생각하며 된다. 당장이야 이력서 넣고, '입사'하면 파트로는 돈백만원, 못해도 몇십만원은 받을 수 있겠지. 그런데. 몇년후엔. 그땐 어쩌려는가. 그리고, 십수년 후엔 그땐 또 어쩌겠나.

구조적으로 어차피 대부분 결국은 개척이다. 그땐 종교업 내부에서 익힌 실무도, 어디에 있었노라 하는 이력도 먹고사는데 무용하다.

마음이 힘들 수 있다. 이러려고 신학교 입학한게 아닌데, 하는 마음이야 모를리 없다. 하지만, 남은 치즈가 얼마 없다. 현실을 인식해야지. 종교산업은 지금 20-30대 젊은 사역자의 미래를 책임질만큼 건장하지 못하다.

차라리 세상에 나가라. 어려워도 부딪치고, 버티다보면 길도 생긴다. 그렇게 생계를 확보할 나름의 방도를 마련하면, 그땐 비로소 '소명'을 따를 수 있다. 소신껏 성경과 신학을 연구하고, 누군가에게 자유로이 설파할 수 있다.

그러니 오히려 기회다. 치즈는 있다. 그걸 찾아 떠나든지, 상해가고 소멸되는 치즈와 함께 스러지든지. 그건 내 몫이다.

황정현 목사
hwang@gooddisciples.org

도시공동체교회, 제자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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