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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제자도 칼럼

개척을 안 했으면 좋겠다

by 황정현 2018. 11. 15.



개척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걸 왜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 꼭 하겠다면 요행을 바라지 말고, 먹고살 명확한 방도를 마련해야한다.

사람 모아서 교회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처럼 수백, 수천명이 예배당으로 몰려드는 시대도 아니고. 혹여 몇십명의 교인이 모인다 하더라도 그게 곧 재정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예산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원 증가는 오히려 재정적으로 운영에 부담을 준다.

아무래도 개척교회 교인 유입은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청년들이기 쉽다. 헌데, 이 시대 청년의 적지 않은 비율은 구직중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들을 돌보기 위해 예산이 필요한데, 개척교회엔 그게 없다. 운영에 도움이 되는 장년층은 여러 기존교회 관계망과 가족들의 여건을 고려할 때 움직이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 되면, 목회자는 지친다.

사람을 골라 받을 순 없지 않은가. '십일조 얼마 이상 가능하신 분 모십니다'. 이럴 수 없고. 그렇다면 현실적이어야 한다.

일단 지출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나가는게 적으면 들어오는게 적어도 버틸 수 있다. 굳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용공간 마련을 피하고, 공유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여러 모임을 분산해서 운용할게 아니라, 집중력있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한다.

수입 구조를 마련하는게 관건이다. 평신도 대개는 맞벌이다. 누군들 어린애들 맡겨놓고 일 다니고 싶을까. 돈에 눈이 멀어 그런게 아니라, 그래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사회구조다. 종일 아무도 찾는 이 없는 빈 예배당에 홀로 앉아있는 목사와 자녀를 양육하며, 살림으로 내조하느라 집에 머물러 있는 아내를 더이상 이상적으로 보는 시대가 아니다. 가정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부부 모두 경제활동 없이 지내는 모습을 이해 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그렇게 사는 가정은 없다. 일을 해야 먹고 산다.

목회는 생계활동이 아니다. 물론 교회 공동체의 여건이 가능해서 목회자의 생계를 부담하는걸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능만 하다면야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게 가능한 개척교회가 몇이나 되겠나.

결국 Bivocational Pastor, 이중직일 수 밖에. 그러니 굳이 개척을 해야한다면 생계 마련에 중점을 둬야한다. 기술을 배우든, 알바를 하든, 영업장을 차리든 내용이야 어떠하든 먹고사는 문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까지 읽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생각이 들면, 개척하면 안 된다. 오해들 하는데, 기성교회 내부에서 지내는 현실이 너무 참담해서 이상적인 목회를 하고 싶다고. 그래서, 교회 개척을 준비중이라는 사람들. 개척교회는 이상이 아니라, '더 막막한 현실'이다. 오히려 목회자에게 이상적이고, 가상적인 공간이 기성교회다. 개척교회를 한다고 자기 하고 싶은 목회를 하는게 아니다. 먹고사는 일이 바쁜데, 뭘 얼마나 마음껏 할 수 있겠나.

지금 우리가 만난 교회 현실은 과거와 끊어져 있다. 천막에 십자가 꽂고, 강대상 뒤에서 눈물로 방석 적시면 사람들이 모여들던 시대가 아니다. 어떻게 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을거라 예상하는게 맞다. 그럼, 과거엔 잘 되던게 지금은 안 되는걸까? 아니다. 과거에도 안 됐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만나고, 겪는 한국교회 민망한 지금이 과거 열매다. 그건 거품이었다.

거품이 꺼지니 바닥이 보인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알기 쉽다. 아무 것도 없으니 처음부터 하면 된다. 개척을 한다면 그건 가능하다. 처음부터 하는거. 그럴 사람은 그럼에도 개척을 하라. 그런 이라면 개척을 했으면 좋겠다.

황정현목사
hwang@gooddisciples.org

제자도연구소, 도시공동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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