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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제자도 칼럼

X세대 그리스도인과 우울증

by 황정현 2018. 1. 31.



'X세대 그리스도인'의 고통은 신앙으로 가중됩니다. 우리 세대가 한창 청년때 주로 들었던 메시지는 고지론입니다. 높이 올라가라는거죠. 모두가 열광했습니다.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뻔한 거짓말인데, 그땐 어찌 감쪽같이 모두 그 메시지에 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수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라는 마귀의 유혹을 물리쳤는데 말이죠.

아마도 그땐 가능했기 때문이겠죠. 냉전이 종식되고,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칠 때 우린 세계화와 경제성장이라는 신화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하나님의 뜻으로 높이 올라갔다는 이들의 간증이 들려왔고, 어느새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 되어있었죠.

그리고, 그 호황기가 지나간 지금. 한국사회는 올라갈 수 없는 구조가 되어있습니다. 아니, 올라가기는 커녕 어딘가를 들어가기조차 힘겨운 현실, 생존이 버거운 지금이죠. 90년대에 고지론의 꿈을 꾸던 청년은 그렇게 어딘가에 머물러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중년으로 가슴앓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도 아니고, 기도를 안 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무슨 죄를 지어서 그런건 더더욱 아니고요. 그냥 현실이 그런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힘든 것 뿐이에요. 다들 그렇게 살아갑니다. 우리에게 뭔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게 아니고요.

예수가 언제 우리에게 높이 올라가라 했던가요. 세상을 바꾸라는거...정말 예수가 그렇게 말했던가요. 예수가 세속적 성취를 누리고 갔던가요. 아니면 성경 속 예수 제자들이 그리 살았던가요. 우리에게 그런 가르침을 전한 이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좋지 않은 기사의 주인공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으로 회자되고 있지 않나요. 그를 따르던 이들의 모습에게서 저 모습이 정말 우리가 바라던 모습인가...하며 회의가 들지 않나요. 그 무리가 사회의 많은 이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그룹이 되지는 않았나요.

어쩌면 우리에게 치료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앙의 치료...가장 혈기왕성하던 시절 잘못 주입된 신앙에 대한 치료 말이죠. 이게 진행되지 않으면 언제까지 우리의 ‘죄책감’은 우리 내면 어디엔가 자리매김하고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 거짓 신화로 인해 우린 주변의 또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을테니까요.

황정현목사(제자도연구소)
hwang@gooddiscipl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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