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은 의외로 목회신학적 통찰을 줍니다.
샌델의 '능력주의 신화'에 대한 비판은 능력주의 신앙, 능력주의 신학을 포함합니다. 특히 2장은 미국 내 능력주의 윤리에 대한 기원을 살피는데, 멀게는 어거스틴에서부터 내려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 루터, 칼빈, 그리고 막스베버, 가깝게는 번영신학의 전도사 조엘오스틴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상과 메시지가 어떻게 이 능력주의 윤리에 관여했는가를 훑어내려옵니다. 지금 신학자의 책을 읽고있는가 싶을 정도로 의아하고,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복음주의 근간을 추적해 정밀하게 해부하는 내용은 짜릿합니다.
목회자들이 관심가질 대목입니다. 한국교회는 90-2000년대 이후로 메시지를 잃었죠. 그시절,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한국사회도 성공주의에 취해있던 그 시절 한국교회 메시지는 단연 '고지론'이었습니다. 이게 말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르라는거지 사실 이면은 세속적 성공에 대한 종교적 포장에 불과했고요. 그게 아니라 정말 은총에 대한 보답으로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애씀이었다면, 그렇지 못하더라도 감사와 은총이 남아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기때문입니다.
세속적 성공은 곧 믿음의 성공으로 수용됐고, 그 반대 세속적 실패 역시 믿음의 실패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외형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 내면의 신앙적 열패감까지 감내해야하는 구조인거죠. 샌델은 놀랍게 정확히 이부분을 지적합니다. 그가 한국의 교회상황을 모르니 '고지론'이란 용어를 쓸리는 만무하지만, 정확히 이 지점의 논리적 필연을 사상적으로 정리해줍니다. 사실 그리 놀랍지도 않을 게 한국교회 지난 수십년의 역사는 미국 복음주의 반복에 지나지 않고, 문제의 그 '고지론'도 번영신학의 유사품에 불과할 뿐이니.
지금 한국교회가 해야하는건 메시지를 찾는 일입니다. 고지론이 지나간 후 한국교회는 공허합니다. 한국교회는 고지론 메시지를 잃은 이후 침묵 중이죠. 그 지점에서 샌델이 지적하는 능력주의 신화의 문제를 귀기울여 들을 필요 있습니다. 고지론, 성공주의, 교회성장, 그리고 한국교회 구원론과 기타 등등...책을 읽다보니 그간의 우리 모든 메시지, 외형이 한마디로 샌델이 지적하는 [능력주의]로 수렴되겠구나 싶고요.
교회는 세상과 뗄 수 없고, 그 메시지 역시 사회변화와 나뉠 수 없죠. 그렇기에 그 시절 고지론도 횡행했겠지만. 이제 세상은 특히 코로나 이후에 더욱 탈성장을 말하고 있고, 교회 역시 자의든 타이든 이미 탈성장에 들어섰습니다. 샌델의 책에서 우리가 찾아야하는 메시지의 실마리를 얻는다면 유익하겠습니다.
황정현목사
제자도연구소 대표
disciples.inst@gmail.com
facebook.com/calvinh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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