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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제자도 칼럼

성경,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

by 황정현 2022. 8. 12.

성경은 위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일상을 초월한 위대함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지점에서 위대한 이야기다.

현실파괴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건강한 일상의 위대함이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한국교회 오류는 이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도 위대하게 읽어왔다는 것이다.

출애굽기를 읽으며 15장 이후 광야에서의 내용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만나 불평하고, 투정하고 해결되면 잠시 안도하다 또 다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우리네 먹고 사는 이야기에 다름아니구나 싶었다.

메시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 위대하지 않은 예수의 삶과 죽음을 너무도 위대하게 봐온게 아닐까. 예수께선 그를 따르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생애기간 로마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지도, 스스로 위대한 자리에 올라 영광을 누리고 통치하지도 않았다.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살아가며 자연스레 하나님나라을 가르치셨다.

우린 너무 위대한 신앙, 위대한 삶을 바라는게 아닐까.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아의 위대함을 앙망하고, 그 위대함에 도달하지 못하는 신앙인은 삶도 신앙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위대함을 이룩한 신앙과 삶은 도대체 있기는 한 걸까.

성경이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라면 우리 삶도 위대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성경은 허황된 위대함을 경계하는 것일 수 있겠다. 그 위대함으로 대중을 미혹한다면 더더욱.

이단에 대한 기준이 다양하겠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게 한다면 그래서 그의 현실을 피폐하게 만든다면 그게 이단 아닐까.

건강한 신앙은 보다 현실적이게 한다.
현실을 건강하게 한다.

황정현목사
제자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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