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제자도 칼럼41 칼빈과 한국교회 한국교회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는 스스로 준거와 준칙으로 삼는 것에 반(反)하여 신앙을 구성해왔다는거다. 이는 성경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국 대부분의 보수교회에 익숙한 칼빈과 그의 저서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특히 우리교단에서 칼빈은 교주인지, 신앙의 대상인지 싶을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신대원을 다니며 3년 내내 들어온 이름이고, 당시 칼빈탄생 500주년이 있던 시기라 얼마나 많은 관련 행사와 이벤트들이 있었던지. 교수요원이 되려면 칼빈을 전공하거나 논문을 써서라도 어필해야 그 좁은 신학교수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고, 그걸 인지한 학생들은 걸핏하면 칼빈을 언급하기 일쑤였다. 조직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 제 분야가 무엇이건 어디라도 칼빈을 끌어들인다. 이런 환경에서 학문을 하니 관련 자료가 쌓이고, .. 2023. 6. 28. 이 시대에 어떻게 복음을 전할까? 이 시대에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교회가 이 질문을 하려면 먼저 [이 시대]를 알아야 합니다. 세상을 교회와 구분해 죄로 여길게 아니고, 세상 사람을 죄인으로 규정해서 혐오나 포교 대상으로만 여길게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누구나를 이웃으로 인정하고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관심을 갖고 각 사람의 삶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듣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뉴스, 신문, 미디어를 통해 인문, 사회, 심리서적들을 통해 시대를 이해하고 표층을 넘어 심층적인 문제와 원인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합니다. [복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미 과거 시대에 시효가 만료된 메시지가.. 2022. 11. 11. 큐티식 성경읽기의 오류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한 때 큐티-말씀묵상의 성실한 이행을 경건한 그리스도인의 신화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글쎄 처음부터 그런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실상 출판사의 가장 큰 매출에 해당되는 월간 큐티참고자료 출간과 맞물려 그런 붐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매월 수천, 수만부가 팔려나가니... 큐티의 장단점에 대해선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맥락과 동떨어진 자의적 해석 부분이다. 강해설교라 하는 한국교회 목사들의 메시지도 상당부분 본문 의미를 결대로 풀어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고, 그런 설교를 오랫동안 들어온 청중이 별도의 학습 경험 없이 성경 전체의 맥락 속에서 부분 몇 구절의 의미를 짚어내기는 쉽지 않다. 여건이 이럴진대, 그 상태로 '열심히' 같은 작업을 반복해나간다는건 사실 상당.. 2022. 11. 9. 오피스 처치, 교회와 공간의 가능성 "현대식으로 가장 제대로 이해해서 말하자면, 가정교회는 개인사업장의 일정한 공간에서 모인 신자들이었다." 스캇 맥나이트, 거꾸로 읽는 로마서, 35. 신대원시절 선택과목으로 직장선교에 대해 강의 온 방선기목사와 수업 후 학내 카페에서 여러 얘길 나눈 적이 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교회와 목회에 관해 보다 확장된 사고의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눈 얘기 중 하나가 공간의 활용인데, 당시는 카페목회에 대한 관점이 막 시작되던 시점이다. 더 나아가 비단 카페 뿐 아니라 어느 사무실이든 교회일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굳이 이름을 붙여본다면 오피스처치라 할까. 이중직목회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그러면 굳이 전용공간이 필수적이냐는거고, 대부분 주일엔 비어있는 직장 사무실은 최고의 교회모임공간.. 2022. 11. 8. 두 권의 노트 두 권의 노트를 씁니다. 한 권은 그날의 생각을 기록하는 다이어리이고, 또 한 권은 한 장씩 읽어나가는 성경본문에 대한 묵상을 기록하는 노트입니다. 일기는 어린시절부터 매일은 아니어도 꾸준히 써온 것이어서 새롭지는 않고, 성경읽기를 기록한 건 작년부터인데 개인적으로 유익이 됩니다. 디지털 디바이스가 늘어가며 언제 어디서든 소셜미디어와 각종 정보에 노출이 되니 스쳐지나가는 정보의 양이 많아집니다. 순간순간 통찰을 얻기도 하지만, 대개는 머물지 못하고 흘러가고요. 여러 생각이 늘 흘러지나가다보니 뭔가 존재 자체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흐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손으로 쓰는 노트의 유익은 일단 느린 속도입니다. 느린만큼 생각의 여유가 생기고 그 순간 자체로 쉼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2022. 8. 22. 성경,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 성경은 위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일상을 초월한 위대함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지점에서 위대한 이야기다. 현실파괴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건강한 일상의 위대함이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한국교회 오류는 이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도 위대하게 읽어왔다는 것이다. 출애굽기를 읽으며 15장 이후 광야에서의 내용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만나 불평하고, 투정하고 해결되면 잠시 안도하다 또 다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우리네 먹고 사는 이야기에 다름아니구나 싶었다. 메시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 위대하지 않은 예수의 삶과 죽음을 너무도 위대하게 봐온게 아닐까. 예수께선 그를 따르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생애.. 2022. 8. 12. 영혼이 있는 목회 주일이다. 불과 일년 전만 해도 예상치 못하던 한국교회 모습이다. 불확실에서 비롯되는 불안정함이 관련자들에게 느껴진다. 이럴수록 고민의 방향은 다른쪽이어야 한다. 그간 습관처럼 의식해오던 [숫자]가 아니다. 그게 예배당이건 가상공간이건 숫자는 본질상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 중요한건 [영혼]이 있느냐 하는 것. 오롯한 정신을 담아내는 종교행위이냐는거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건 모임의 대상, 청중이전에 종교지도자-목사의 존재다. 한국교회는 90-2000년대 유례없는 교회성장의 시기를 지냈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본질을 망친 원흉이 되었다. 모든 것이 넘쳐나니 고민의 방향은 예배당건축, 이벤트, 교인관리로 모아졌고 목회자 수급 역시 그에 맞게 이루어졌다. 사역자를 구하는 공고에는 우습게도 경영, 마케팅을 전공.. 2021. 3. 17. 개척을 안 했으면 좋겠다 개척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걸 왜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 꼭 하겠다면 요행을 바라지 말고, 먹고살 명확한 방도를 마련해야한다. 사람 모아서 교회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처럼 수백, 수천명이 예배당으로 몰려드는 시대도 아니고. 혹여 몇십명의 교인이 모인다 하더라도 그게 곧 재정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예산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원 증가는 오히려 재정적으로 운영에 부담을 준다. 아무래도 개척교회 교인 유입은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청년들이기 쉽다. 헌데, 이 시대 청년의 적지 않은 비율은 구직중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들을 돌보기 위해 예산이 필요한데, 개척교회엔 그게 없다. 운영에 도움이 되는 장년층은 여러 기존교회 관계망과 가족들의 여건을 고려할 때 움직이기 쉽지 않다. 이런 상.. 2018. 11. 15.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여전히 젊은 사역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인다. 내가, 당신이 또는 그 교회가 찾는 일꾼이라며 정성껏 이력서도 쓰고. 단정하게 면접도 보고, 때론 심기일전 면접설교도 준비한다. 그런데, 남은 치즈가 얼마 없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현실은 이제 한국에서 기독교 관련 종교업은 사양산업이다. 치즈 덩어리가 크던 시절이 있었다. 뭘해도 되던 시절이...있었다. 수십명이 수백명, 그리고 수천, 수만으로 개교회 신도수가 늘기도 했었고. 소위 개척신화도 즐비하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은 치즈가 얼마 없다. 내부 종사자들이 몇년이나 먹을 수 있을런지 모른다. 단순하게 생각하며 된다. 당장이야 이력서 넣고, &.. 2018. 11. 13.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