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7 교회개척의 상상력 평소 친분있는 세명의 목회자를 그분들 현장에서 뵈었다. 모두 제도권교회의 경계선에 있는 목사들이다. 이젠 '개척교회 목사'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졌다. 목회가 다원화 되었다. 이건 주도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는데 어쨌든 한국교회 구조는 생각이상으로 큰 변화가 진행중이다. 한 명은 몇년전 연구소 공간에서 주일에만 사용하여 예배를 드리게되어 친분을 갖게 됐는데, 당시에도 목회적 고민과 교회공간, 그리고 변화하는 흐름에 대한 대처, 그리고 생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페북으로 소식만 듣다 이번에 찾아가보니 북카페를 마련해 아내가 그곳을 운영하며 교회공간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돼 가는 것 같았고, 본인은 조금씩 일손을 돕던 목수일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고 있었다. 공간이 참 좋았다. 직.. 2022. 11. 9. 트라우마 사회와 종교 단원고 학생들이 배 안에 있던 그 주간을 보내고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그 주간. 교회는 부활절을 준비하며 고난주간으로 한주간을 보내던 그 시기. 천안함 생존장병,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생존자.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보면 참사의 참혹함이 어디까지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사건 자체로 끝나지 않고 2차, 3차 사회적 가해까지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도 국내외에선 전쟁과 질병, 사고로 인한 수많은 참사가 일어나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누적되고 있다. 개인과 주변, 사회적인 치료까지 가능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돌봄이 필요할까. 종교의 자리를 생각한다. 종교의 쓸모. 그럴듯한 공간을 임대해 사람을 모으고, 더 그럴듯한 건물을 지어 더 많은 사람을 모으고. 그렇게 모은 사람과 재정을 가두어두고.. 2022. 11. 9. 목회자의 학습이 절실한 이유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교회가 너무 무식해서 떠났어요. 다르게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목회자들이 책 한 줄 읽을 시간이 없이 일주일 내내 '사역'에만 매진하니 세상에 대해, 말씀에 대해 성찰할 시간이 있을까요? 좋은 설교가 나올 수 있을까요? 또 성도들 입장에서는, '왜'라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말씀에 대해 깊이가 성장할 수 있을까요?" "성경은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텍스트잖아요. 현대 문화가 빚어내는 모든 세부 사항을 성경에 일대일로 대입시켜 답을 얻어낼 수는 없다는거죠. 그래서 세상에 관한 공부가 필요한 겁니다. 저는 목회자들이 인문, 사회, 경제, 철학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소양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성경만 파가지고는 편협한 답을 낼 수밖에 없어요. 동시대를 현실로 살아가는 이들의 문.. 2022. 11. 8. 한국교회와 영끌 의식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 일은 한국교회를 복기하는 일이다. 최근 르포, 다큐, 탐사보도 등으로 얼마 전까지 이슈였던 2030 영끌, 그 이후에 대해 다루는 걸 종종 본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원인과 그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배제하고 지금 그들은 어떠한가를 보면 상당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듯하다. 영혼을 끌어모았지만, 금리는 오르고, 주식은 연일 신저가를 갱신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도 접한다. 근본적인 사회구조를 넘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몇몇 성공신화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파이어족이 된 이들의 간증(?)을 접하며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은 것이다. 그게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그 결과 극소수에게 놓인 의자에 앉지 .. 2022. 11. 8. 오피스 처치, 교회와 공간의 가능성 "현대식으로 가장 제대로 이해해서 말하자면, 가정교회는 개인사업장의 일정한 공간에서 모인 신자들이었다." 스캇 맥나이트, 거꾸로 읽는 로마서, 35. 신대원시절 선택과목으로 직장선교에 대해 강의 온 방선기목사와 수업 후 학내 카페에서 여러 얘길 나눈 적이 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교회와 목회에 관해 보다 확장된 사고의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눈 얘기 중 하나가 공간의 활용인데, 당시는 카페목회에 대한 관점이 막 시작되던 시점이다. 더 나아가 비단 카페 뿐 아니라 어느 사무실이든 교회일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굳이 이름을 붙여본다면 오피스처치라 할까. 이중직목회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그러면 굳이 전용공간이 필수적이냐는거고, 대부분 주일엔 비어있는 직장 사무실은 최고의 교회모임공간.. 2022. 11. 8. 복음과상황 10월 모임 스케치 연구소에서는 매달, 월간지 [복음과상황]을 읽고 얘기나누는 복상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모임을 지난 9월부터 오프라인으로 재개했어요. 첫 모임 이후 10월 모임을 조금 늦춰 지난주 11월 1일에 두번째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장소는 연구소에서 가까운 독립서점 '책방난달'에서 모이고 있고요. 책방난달은 두 분의 목회자께서 운영하시는 동네서점입니다. 잘 셀렉된 인문사회 서적들이 마련돼 있고요. 몇년전 개점해서 운영해오다 지난 여름 이전했는데, 연구소 가까운 곳이어서 개인적으로 잘 이용하고 있어요. 마침 복음과상황을 정기구독 하신다길래 함께 오프라인으로 모이게 됐습니다. 일단 참여하시는 분이 모두 목회자여서 당분간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진행키로 했어요. 지난번 첫.. 2022. 11. 8. 아버지, 주호민 [출처- 주호민 인스타그램] 얼마전 웹툰작가이자 유튜버? 파괴왕 주호민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집안에 강도가 들었고, 본인은 흉기를 든 상대에 놀라 넘어지고 손에 상흔을 입었으나, 아내의 신고로 검거됐다는 내용이었다. 강도는 주작가에게 수억의 현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직접 아는 지인은 아니나 익숙한 누군가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하니 놀랄 일인데,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그보다 더 의아한건 범인이 검거된 후 주작가의 반응이었다. 기사에서는 그가 범인의 범죄동기를 알게되고 그에 공감하며, 구속될 아버지로 인해 남게 될 그의 자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도무지 이게 무슨 말인지. 일단 이게 가감 없는 팩트 기사인건지, 그렇다면 과연 이런 말을 한 주호민은 저게 진심인건지. 아리송함을 넘어.. 2022. 10. 20. 두 권의 노트 두 권의 노트를 씁니다. 한 권은 그날의 생각을 기록하는 다이어리이고, 또 한 권은 한 장씩 읽어나가는 성경본문에 대한 묵상을 기록하는 노트입니다. 일기는 어린시절부터 매일은 아니어도 꾸준히 써온 것이어서 새롭지는 않고, 성경읽기를 기록한 건 작년부터인데 개인적으로 유익이 됩니다. 디지털 디바이스가 늘어가며 언제 어디서든 소셜미디어와 각종 정보에 노출이 되니 스쳐지나가는 정보의 양이 많아집니다. 순간순간 통찰을 얻기도 하지만, 대개는 머물지 못하고 흘러가고요. 여러 생각이 늘 흘러지나가다보니 뭔가 존재 자체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흐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손으로 쓰는 노트의 유익은 일단 느린 속도입니다. 느린만큼 생각의 여유가 생기고 그 순간 자체로 쉼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2022. 8. 22. 이상하게 끌리는 집 좋아하는 프로 중 하나가 [EBS 건축탐구 집]이다. 꼭 챙겨보지는 않고 채널 돌리다 머물면 끝까지 보곤 하는데, 어젠 마침 시작시간과 맞아 전체를 보게 됐다. 보통 두 집 정도를 소개하는데, 주제가 '이상하게 끌리는 집'이었다. 궁금했는데 보고나니 제목과 어울리는 매력적인 두 집이더라. 첫째 집은 매우 모던하게 -그동안 봐 온 어떤 집보다도 모던하고 세련된- 지어진 이층집이었다. 외관도 전형적이지 않고, 집이라기보다 사무실이나 빌딩같은 느낌이었고, 실내는 더욱 그렇더라. 1층 내부에 큰 아일랜드 식탁과 긴 테이블이 놓였고, 안쪽으로는 유리벽으로 나뉜 개인 서재인가 싶은 방이 있었다. 건축주는 어린 자녀를 둔 부부인데, 젊은 나이에 어떻게 벌써 저런 으리으리한 집을 지었을까 하는 맘이 드는 것도 잠시, .. 2022. 8. 22. 성경,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 성경은 위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일상을 초월한 위대함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지점에서 위대한 이야기다. 현실파괴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건강한 일상의 위대함이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한국교회 오류는 이 위대하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도 위대하게 읽어왔다는 것이다. 출애굽기를 읽으며 15장 이후 광야에서의 내용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만나 불평하고, 투정하고 해결되면 잠시 안도하다 또 다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우리네 먹고 사는 이야기에 다름아니구나 싶었다. 메시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 위대하지 않은 예수의 삶과 죽음을 너무도 위대하게 봐온게 아닐까. 예수께선 그를 따르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생애.. 2022. 8. 12. 한국교회는 숙의熟議 기독교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간의 한국교회는 교회성장론에 함몰돼 성장지상주의를 추구했다. 하지만, 상당부분 경제성장과 맞물려 진행되었던 그것은 경제성장이 꺾임과 동시에 정체되었다. 게다가 사회가 다원화되고 입체화 됨에 따라 기독교의 목표를 매우 단순화 해 고도성장을 추구하는 목회형태는 더이상 지지받기 어려워졌다. 동시에 그렇게 초고도 성장을 추구한 한국교회의 폐해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며 사회의 지지를 얻기도 어려운 형국이 되었다. 그렇게 한국교회는 성장을 멈추고, 나아가 마이너스 성장시대에 들어서며 그간에 사용해오던 구호와 방법론 프로그램들이 무용해지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황 인식을 하지 못한 대다수의 교회는 여전히 교회 내부적으로는 예배당건축과 교회성장을, 외부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출세하라는 고지론을 주요 메시지로 양산해 왔.. 2022. 4. 22. 왜 일반은총인가? 목회자 스스로 납득 필요 과거 반사회-반문화적 신학, 교회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성경적-신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일반은총 학습은 보수적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평신도 일상/삶에 대한 이해와 돌봄 하나님나라는 교회건물이 아니다. 모든 세상, 모든 영역이다. 세상을 알때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필요를 알고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 시대변화에 따른 종교, 교회구조 변화 기성 종교시스템의 적실성에 대해 의문이 있어왔지만 특히 COVID-19 이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종교구조는 해체-재구성이 불가피하다. 집단적이고 평면적이며 일상과 괴리된 종교적 구조는 그 실효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종교는 모임의 형태와 방식을 넘어 신학-성경해석의 변화, 나아가 복음 메시지의.. 2021. 10. 15. 이전 1 2 3 4 5 ··· 9 다음